인공지능과 디지털 농업 혁신
1. 농업의 새로운 변화
전통 농업은 육종, 관개, 시비, 사양, 질병 방제, 운송, 판매까지 모든 단계가 사람의 경험에 의존했다. 그 결과 생산 효율이 낮고 변동 폭이 컸으며 품질 관리도 어려웠다. 더 많은 노동력과 자본을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의사결정의 축을 사람에서 데이터로 전환해,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정밀한 계획과 실행을 이뤄야 한다.
토지 유통과 규모화, 새로운 농업 경영 주체의 성장 등은 AI 기반 농업 혁신을 추진할 좋은 토대를 마련했다.
2. 디지털 농업이란 무엇인가
스마트 농업, 정밀 농업, 시설 농업, 데이터 농업 등 다양한 용어가 사용되지만 본질은 세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 농업 실험 데이터와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지식 표현과 추론 기술을 활용해 지능형 모델을 구축한다.
- 센서를 통해 생산 환경의 주요 매개변수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발굴·예측·시각화해 의사결정의 정확도를 높인다.
그중에서 디지털 농업은 가장 이해하기 쉽다. 디지털 정보를 새로운 생산요소로 간주하고 인터넷,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스마트 장비를 현대 농업과 깊게 융합해 전 과정 센싱, 정량적 의사결정, 지능 제어, 정밀 투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지털 경제가 전통 산업을 재구성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3. 빠르게 커지는 시장
화웨이 Connected Farm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농업의 잠재 시장은 2015년 138억 달러에서 2020년 268억 달러로 거의 두 배가 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14.24%에 달한다.
4. 산업 효율을 끌어올리는 디지털 경제
디지털 농업 선도국들은 모두 농업 기술을 중시하며 자국 현실에 맞는 성장 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신식통신연구원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영국(25.1%), 독일(21.3%), 한국(14.7%)이 농업 디지털 경제 비중 상위 3위였고, 미국·일본·프랑스도 10%를 넘어섰다. 중국은 9위(5% 이상)를 기록했다.
4.1 미국: 천혜의 자원과 첨단 기술
미국은 세계 최고의 농업국이자 최대 농산물 수출국으로, 농업이 GDP의 약 1.2%를 차지한다. 1980년대 초 이미 정밀 농업 개념을 제시하고 세계 최대 농업 네트워크 AGNET을 구축했다. 이 네트워크는 46개 주와 캐나다 6개 주, 7개국을 연결해 미 농무부, 주 농무국, 36개 대학, 수많은 기업 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가족 농장 41.6%, 낙농장 46.8%, 젊은 농장주 52%가 온라인으로 정보를 얻으며 전문 서비스 기관이 이를 지원한다.
기술 진보는 미국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다. 농민들은 로봇, 온습도 센서, 항공 영상, GPS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거의 늘리지 않으면서 수익과 경쟁력을 확보한다.
4.2 독일: 고도화된 농기계가 디지털 진입을 가속
독일은 EU 주요 농산물 생산국이자 세계 3위 농식품 수출국이다. 중소 가족농이 주류지만 생산성과 과학기술 수준 향상으로 규모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선도한 국가답게 디지털 농업도 IoT·빅데이터·클라우드를 활용해 센서 데이터를 플랫폼으로 모아 처리한 뒤 농기계에 다시 전달한다. 효율은 한층 높아졌다.
독일 정부는 디지털 농업을 전략 산업으로 보고 대기업이 기술개발을 주도한다. 독일 기계·설비 제조협회에 따르면 2016년 농업 기술 투자액은 54억 유로였다. EU의 “Digitizing European Industry” 전략 효과도 더해져, 바이에르 등 대기업이 스마트 농기계와 디지털 농장 관리 플랫폼, 전 과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4.3 이스라엘: 자원 부족이 혁신을 자극
이스라엘은 담수와 강수량이 부족한 국가로 국토의 3분의 2가 건조·반건조 지역이다. 건국 초기엔 식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했으나 현대화 과정을 거쳐 2016년에는 국내 생산만으로 95%를 충당하게 되었다. 자원의 희소성이 효율 향상과 디지털 농업 발전을 촉진했다. 정부 부처는 농업 기술 혁신과 창업을 각종 지원책으로 뒷받침했고, 정밀한 데이터가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었다. 고도화된 관개·자동화·기계화·정보화 기술이 잇달아 등장해 생산성은 제조·교통·상업·건설 등을 능가하는 수준에 올랐다.
이스라엘 농민들은 식량안보, 기후변화, 물 부족 전망에 민감해 각종 센서, 열화상, 드론, 위성 영상, 다중 프로브를 활용하여 24시간 데이터를 수집·전송한다. 덕분에 빠르게 대응하고 극한 기상에 따른 피해를 줄이며 수확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5. 농촌진흥과 5G 시대가 여는 중국의 기회
5.1 현황: 디지털화 속도는 더디다
_중국 디지털 경제·고용 백서(2019)_에 따르면 농업 디지털 경제 비중은 7.3%에 불과한 반면, 공업은 18.3%, 서비스업은 35.9%다. 임업, 어업, 농업, 축산업 모두 산업·서비스업보다 디지털화 수준이 낮아 개선 여지가 크다.
5.2 정책적 호재
중국은 2011년 ‘전국 농촌 정보화 12차 5개년 계획’ 이후 매년 중앙 1호 문건에서 농업의 정보화·현대화를 강조해 왔다. 2014년에는 농업 IoT와 정밀 장비를 축으로 한 전과정 정보화·기계화 체계를 처음 제시했고, 2015년 이후 정책 발표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2017년 7월 발표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은 스마트 농장, 식물공장, 스마트 목장·어장, 과수원, 가공 공장, 친환경 공급망 등을 포함하는 통합 실증 사업을 명시했다. ‘13·5’ 농촌 정보화 계획은 2020년까지 IoT 등 정보기술 적용 비중을 17%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연평균 10.8%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6. 상용화 응용 및 사례
6.1 디자인 육종
종자 산업은 글로벌 농업 경쟁의 전략 고지다. 디자인 육종은 농업 육종과 생명정보학, 빅데이터, AI를 융합하며 분자 디자인이 주 전장이 된다. 유전자 검사와 변이 데이터로 형질 유전자와 표현형을 빠르게 예측하고, 유전자 편집으로 새로운 내병성·다수확성을 부여하며, AI가 우수한 대립유전자를 조합한 육종 설계를 돕는다.
6.2 재배 관리
항저우의 운합지련은 농가 중심 서비스를 구축해 농업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재배 도구상자’를 제공한다. 작물과 시장 통찰을 기반으로 한 재배 솔루션을 제안해 농장주가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생산비를 낮추며 종합 생산능력을 강화하도록 돕는다. IoT와 AI를 활용해 환경·생리 모니터링, 작물 모델링, 정밀 제어를 통합한 스마트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큰 데이터와 AI를 통해 경영 의사결정을 디지털화해 수확량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한다.
6.3 농업 로봇
- 접목 로봇: 수박·토마토처럼 연작장해가 심한 작물은 접목이 필수지만 노동력이 부족하다. 일본 TGR 연구소는 결함 묘를 자동으로 판별하고 성공률 98%를 달성하는 지능형 로봇을 개발했다.
- 제초 로봇: 잡초는 공간과 양분을 다투고 병해충의 온상이 된다. 제초제 남용은 토양을 굳게 하고 저항성을 높이며, 수작업 제초는 비현실적이다. 머신비전 로봇은 토양과 작물을 구분하고 목표를 찾아 연속적으로 제거한다.
- 수확 로봇: 과일 수작업 수확은 비용이 높고 성수기에 인력이 부족하다. 벨기에 OCTINION의 딸기 수확 로봇은 Dribble 자율 플랫폼을 사용해 시설 개조 없이 온실을 주행하며, 컴퓨터 비전으로 숙도를 판단해 3초마다 수확하고 숙련공 수준의 품질을 유지한다.
- 무인 트랙터: 2016년 케이스IH는 Magnum T8을 자율주행 트랙터로 업그레이드했다. 레이더·라이더·카메라로 장애물을 감지해 경로를 계획하고, 기존 농기계와 협업하거나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며 연료·종자가 떨어지기 전에 기지로 복귀해 보급한다.
- 파종 로봇: 미국 아이오와주의 발명가 David Dorhout는 Prospero라는 지능형 파종 로봇을 만들어 토양 정보를 수집해 최적 파종 밀도를 계산하고 자동 파종을 수행한다. 여러 대가 편대를 이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6.4 병해충 탐지
몬산토와 DataRobot은 식물 병해충을 95.7% 정확도로 식별하는 영상 알고리즘을 공동 개발했다. 캐나다 Resson은 AI로 발생 추세를 분석하고 경보를 발령한다. 중국 항저우의 운합지련은 멀티스펙트럼 센서를 탑재한 UAV로 식생 데이터를 수집해 30분 만에 300무(약 20헥타르)를 95% 정확도로 진단한다.
6.5 농산물 비파괴 검사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이용해 과일의 외형과 내부 구조에서 나타나는 물리·화학적 변화를 포착해 크기, 형태, 색상 등의 물리적 지표를 측정하고 품질 평가와 등급 분류를 수행한다.
6.6 식물 공장
식물 공장은 IoT로 온실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빅데이터·AI를 통해 지능형 제어와 정밀 시비를 실행함으로써 수량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인건비를 절감하며 경제성을 높인다. 미래에 인류가 화성에 장기 주둔할 경우에도 지능형 식물 공장이 식량을 공급하게 될 것이다.
6.7 축산
캐나다의 Cainthus는 농장 카메라로 소의 얼굴과 체형을 촬영한 뒤 딥러닝으로 감정과 건강 상태를 분석해 농장이 개체 상태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네덜란드의 Connecterra는 착용형 기기와 고정형 센서를 결합해 건강 모니터링과 발정 탐지를 수행한다.
7. 농업 AI의 과제
7.1 농촌 통신 인프라 취약
세계 농촌 지역의 네트워크 성능은 도시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많은 농경지 주변에 안정적인 이동통신 신호가 없어 IoT 장비를 설치하기 어렵고, 이는 AI 도입 효과를 크게 떨어뜨린다. 값싼 통신 장비 조달을 막는 제재(예: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농촌 디지털화를 더욱 늦춘다.
7.2 농업 데이터 부족
AI 응용은 주로 산업 자동화, 스마트시티, 교육 등 상업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관련 기업과 장비 제조사, 서비스 업체는 아직 농업 AI를 대규모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막대한 데이터의 축적과 반복적 학습이 필요한데, 농작물의 성장 주기상 대량 데이터는 연 1회만 생산되며, 생물 지식과 모델을 축적하려면 수십 년 이상 걸린다. 이러한 산업 특성은 기업들의 R&D 동기를 약화시킨다.
7.3 린 방법 적용의 위험
린 방법론은 사용자의 요구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농업 생산은 지리·환경·기후·토양·병해충·생물다양성·미생물 환경 등 복잡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특정 환경에서 성공한 AI 모델이 다른 지역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으며,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알고리즘과 모델을 조정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농민 역시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자신의 토지에서 시험하려 하지 않고, 대규모 확산 전에 직접 성과를 확인하길 원한다. 따라서 “빠른 시장 진입”과 “신속 확장”이라는 린 전략은 농업 AI에 잘 맞지 않는다.
8. 농업 분야 AI의 전망
농업형 AI는 크게 네 영역에 집중된다.
- 빅데이터 지능: 데이터 마이닝과 지식 기반 접근을 결합해 농업 생산과 연관된 속성·공간 데이터에서 숨은 규칙을 찾아 정밀 농업 전략을 수립한다.
- 크로스미디어 지능: 정보 전달이 단일 매체에서 다매체로 이동하면서 크로스미디어 분석과 추론이 핵심이 된다. 농업 머신비전은 스펙트럼·영상 분석 능력을 높여 병해충 진단 수준을 끌어올린다.
- 군집 지능: 인류 사회와 빅데이터, IoT가 깊게 연결되면서 사이버-피지컬 세계를 재편하고, 농산물 전자상거래·안전 추적·유통 관리가 크게 발전한다.
- 혼합 증강 지능: 인간이 직면한 많은 문제는 불확실하고 개방적이기 때문에 어떤 기계도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인간의 역할과 인지 모델을 AI 시스템에 통합한 “휴먼 인 더 루프” 형태의 지능이 무인 주행이나 농업 로봇 등의 응용을 크게 촉진할 것이다.
9. 참고 문헌
- Stafford, V. John. Precision Agriculture ’15. Wageningen Academic Publishers, 2015.
- Zhang, Qin. Precision Agriculture Technology for Crop Farming. CRC Press, 2015.
- 천구이펀, “빅데이터 시대 농업 분야 인공지능 기술 연구 진전”, 『중국 농업문摘』, 2019.
- 톈펑증권, “디지털 농업 급부상, 누가 핵심 관문을 잡을 것인가”, 2019.
- 자오춘장, “인공지능이 농업을 새 시대로 이끈다”, 『중국 농업정보』, 2018.
게시일: 2025년 11월 15일 · 수정일: 2025년 1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