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에서 읽는 인간의 오판
우리 뇌는 단순화된 절차에 크게 의존해 자주 비틀거린다. 잘 고안된 술수, 우연한 환경 자극, 숙련된 영향 기법 앞에서 우리는 쉽게 속는다. 멍거는 ‘인간의 오판 심리학’에서 일반적으로 유용하지만 자주 오도하는 25가지 경향을 정리했다.
우리는 늘 이 경향들에 휘말리고 — 때로는 그것이 우리를 겨냥한다. ‘대부’를 다시 보고, 주요 인물들의 인지적 실수를 간략히 훑어보자.
비토 코를레오네는 이러한 심리 레버의 달인이다. ‘보상 과잉반응’과 ‘칸트식 공정감’을 통해, 혈연이 아닌 테시오와 클레멘자에게 구역을 나눠 충성을 묶는다. ‘호혜 경향’에 이끌린 루카 브라지는 소롯초 진영에 잠입하다 죽음을 맞는다. 소롯초가 마약 거래를 제안하자, 비토는 겉으로 ‘비일관성 회피’를 내세워 마약이 현실을 왜곡하고 ‘고통 회피의 단순한 부정’을 부추긴다며 거절하지만, 실상은 뉴욕 정치권의 ‘사회적 증거’를 얻고 일가의 장기 이익을 지키려는 포석이다. 은퇴 후에도 자신의 ‘권위’와 ‘노쇠’ 편향이 마이클에게 번지지 않도록 애쓰며, 마이클이 구식 참모와 대부(代父)까지 정리할 때에도 간섭을 자제한다.
2대 대부 마이클 역시 능란하다. 취임과 동시에 ‘처벌 과잉반응’을 적용해 테시오를 공개 처형, 권위를 세운다. 사랑 문제에서는 케이를 흔든다. 인간의 마음은 손에 잡히는 것을 과대평가하는데 — ‘가용성/오중량’ 오류다. 노랫말처럼 “사랑하는 이가 곁에 없다면, 곁에 있는 이를 사랑하리라”. 시칠리아에 숨은 그는 뉴욕에서 기다리는 케이를 알면서도 아폴로니아에게 빠진다.
케이의 판단은 사랑에 흐려진다. ‘호감/애정’, ‘단순 연상’, ‘이유 존중’이 겹쳐지는 — 롤라팔루자 — 효과로, 2년의 종적과 시칠리아 결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한다. 코니가 카를로 살해를 마이클 탓이라 몰아붙일 때 케이는 흔들리지만, 마이클의 단호한 “아니오” 한마디에 남편을 믿기로 한다.
코니는 응석받이로 자라 ‘스트레스 영향’에 취약하다. 가정폭력을 당해 친정에 도움을 청하자, 전화를 받은 소니는 ‘과잉 자신’과 ‘박탈 과잉반응’의 전형답게 홀로 차를 몰아 달려가다 소롯초와 카를로의 덫에 걸린다.
카를로는 코를레오네 집안에 대한 ‘혐오/증오’에 사로잡혀 폭력을 이어간다. 대부가 묵인하는 듯 보이자 더 대담해지며, 그를 파멸로 이끄는 ‘대비 오반응’에 눈멀어 간다.
패거리는 ‘쓰지 않으면 잃는다’를 안다. 마이클이 제대 군인이라 해도, 소롯초 저격 전 클레멘자는 반복 훈련을 시키고, 차에 오르기 직전 소니는 총을 버리고 이탈하는 요령을 상기시킨다.
경찰서장과 소롯초는 ‘과도한 낙관’에 취해, 부친의 원수를 갚고 가문을 지키려는 마이클의 결의를 과소평가했고, 레스토랑에서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게시일: 2025년 10월 2일 · 수정일: 2025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