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5km 러닝

iDiMi-첫 15km 러닝

2018년 9월 15일 첫 5km를 완주한 뒤, 달리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운동은 중독이 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 꼭 달리지 않으면 기운이 빠지는 느낌. 그런데 그동안은 줄곧 5km만 달렸다. 더도 덜도 없이. 매번 완주를 위해 스스로를 설득해야 했고, 5km가 내 한계라 여겼다.

지난 월요일, 박사과정 친구가 13km 기록을 보내왔다. 놀랐다. 설에 내가 5km 뛰는 걸 보고는 같이 뛰겠다더니, 늘 지름길을 택하거나 중간에 멈춰 응원만 하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5km도 못 채우던 그가, 어쩌다 13km를? 혹시 장난인가 싶어 다시 보니 평균 페이스 6’30” — 정상. 어떻게 했냐고 묻자 처음 5km는 힘들지만 7–8km쯤 되면 심박과 케이던스가 자연스러워지고 머리도 맑아져 더 쉬워진다고 했다. 반신반의했다.

수요일, 그는 15km 기록을 또 보냈다. 13km로는 아쉬워 완벽하지 않았다며 다시 나가 15km를 뛰었고, 오히려 더 좋았다고 했다.

나도 불이 붙었다. 15km에 도전하기로 했다.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내 한계에 도전하는 법 — 홍핑 코치의 강연을 다시 들었다. 물리학은 말한다. 가속엔 힘이 필요하다고. 빠르게 달리려면 먼저 힘을 길러야 한다. 짬짬이 플랭크와 팔 운동을 했고, 고지방 음식(버거, 핫도그, 전란, 과자, 버터, 베이컨, 튀김, 아이스크림)을 끊었다. 멘탈도 다지고… 한계에 도전했다.

2019년 3월 24일 토요일, 맑음, 15 °C. 15km 도전에 딱인 날씨다. 아침부터 코치의 조언대로 탄수화물 위주에 질 좋은 단백질을 조금, 마음은 종일 차분히. 오후 4시 체육관에 도착해 워밍업을 했다. 5km에서 15km로의 점프는 너무 크다 — 실패할 수도 있다 — 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박사도 두 번 해냈는데 나라고 못할까 하는 마음이 오갔다. 그런 공방 끝에 워밍업 종료.

예전엔 거의 워밍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육은 산소를 즉시 요구하고, 호흡 근육은 반응이 느리다는 걸 알게 됐다. 준비 없이 강하게 나서면 산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 숨이 차오른다. 5km에서 특히 그랬다. 1km는 괜찮다가 2km에서 두 번째 호흡의 고비가 오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 고비를 넘기면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호흡이 고르며 몸이 편해진다. 그래서 이제는 먼저 심폐를 충분히 깨운다.

오후 4시 30분 출발. 1km 4’53”으로 평소보다 약간 빠르다. 출발이 좋다. 25분 45초에 5km를 찍고, PB를 경신했다. 속도는 빨랐지만 예전 5km의 고통은 없었다. 워밍업 덕분일 것이다. 6km, 7km, 7.5km… 앱이 절반을 알렸다. 이때 몸이 정말 가벼워졌고, 호흡과 보폭 리듬이 깊게 맞아떨어졌다.

남은 7.5km는 페이스가 다소 내려왔지만 상태가 안정됐다. 바퀴를 거듭할수록 심박은 고르고, 머리는 맑다. 보폭의 리듬이 주는 쾌감에 젖어 있는데, 앱이 말했다. 1:22:51 — 15km, 도전 성공.

도전 전에는 완주 자신이 전혀 없었다. 뛰는 중에도 끝까지 버틸지 몰랐다. 끝나고 나니 스스로에게 도전한 게 만족스러웠다. 종아리는 욱신거리지만, 마음은 한층 가볍다. 인류의 한계를 미는 엘리트처럼은 못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 그리고 스스로를 응원할 수 있다.

게시일: 2019년 3월 24일 · 수정일: 2025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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