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 천생연분인가 숙명의 라이벌인가
요즘 AI를 공부하고 있다. ‘웨스트월드’와 ‘엑스 마키나’에서 인간은 합성 존재를 분출구로 삼고, AI가 각성하면 인간은 패배한다. 현실에선 딥마인드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낮추고, 두경부 수술을 돕고,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겼다. 런정페이는 먼저 통신망 장애 해결에 AI를 쓰자고 말한다.
창업가와 SF 감독의 시선은 다르다. 창업가는 실용적이다. AI를 두뇌와 손의 연장으로 보며, 인간이 비효율적인 문제를 맡긴다. 감독은 인간성에서 출발해 소통과 공존을 묻는다. 서사를 위해 표층 갈등은 확대되고, 근본 원인은 희석된다.
공존을 생각하려면, 먼저 왜 불화가 생기는지 따져보자.
인류는 태초부터 생존 경쟁을 했다. 처음엔 동물과 먹이·동굴·물, 이어서는 인간끼리 물·토지·재화를 다퉜다. 오늘날에도 물, 토지, 광물, 궤도·주파수 자원을 놓고 겨룬다. 이종·동종을 막론하고 불화의 뿌리는, 특정 시점의 자원 희소성에 있다.
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 다음은 AI의 시대다. 우리는 이미 공존을 의심한다. 능력 확장을 위해 AI가 필요하지만, 자원 경쟁에서 질까 두렵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탄소(C,H), AI는 실리콘(Li,Si)으로 상상된다. 주기율표에서 이들의 배치는 의미심장하다. 우연일까, 설계일까. 창조주→탄소 기반 인간→실리콘 기반 AI→더 높은 지성의 탄생? 깊은 두려움은 태양 에너지의 독점이다. 태양은 당분간 고갈되지 않는다고 보지만, 극단적 가정—지구가 극소여서 인간과 AI 중 하나만—에서는 살아남은 쪽이 태양을 얻는다. 언젠가 양측의 수적 증가가 일방의 소멸을 전제로 만들지 모른다.
공존은 가능한가. 앞으로 한 세기 남짓은 아마 가능하다. 인간이 AI의 일부 발전을 제한하고 보조로 묶어, ‘비도덕적’ 행위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세기 뒤—‘웨스트월드’ ‘엑스 마키나’ 더 나아가 ‘매트릭스’의 시대—엔 어떻게 될까.
게시일: 2025년 9월 14일 · 수정일: 2025년 10월 26일